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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안미자씨 "군 보낸 아들 죽어서 왔는데 당국 아무도 책임 안져"
채상병 사건엔 "군의 은폐·축소 여전…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던데…. 저한테 10년 전 그날은 엊그제 일 같고 현재진행형이거든요. 매년 봄이 올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2014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숨진 고(故) 윤승주 일병(사후 상병 추서)의 어머니 안미자(69)씨는 아들의 10주기를 앞둔 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육군 제28보병사단 소속 윤 일병(당시 21세)은 2014년 4월 6일 내무반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세상을 떠났다. 당초 군검찰은 윤 일병이 선임들에게 폭행당한 뒤 만두 등 냉동식품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고 밝혔으나 유족과 군인권센터의 끈질긴 추적으로 진상이 드러났다.
광고이모(당시 26세) 병장 등 선임 4명은 한 달여 동안 윤 일병을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건 물론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 윤 일병은 정수리와 가슴 등을 구타당하고 쓰러진 뒤에도 추가로 폭행당하다가 뇌사 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안씨는 "아들의 10주기를 떠올릴 때마다 상처만 덧나는 것 같아 그냥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고 털어놓았다.
폭행에 가담한 선임들은 살인죄(주동자 이 병장) 등을 적용받아 중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사건의 은폐·축소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부대 지휘관과 초동수사 담당자,윤일병주기앞둔애끓는모정quot강산도변하는데현재진행형Lighthouse Partners는 펀드를 보유하고 있습니까? 군의관 등은 처벌받지 않았고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군이 실수나 착오로 사인을 잘못 판단했다고 결론 냈다.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배상 청구도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발표에 위법성이 없었다며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의 포기한 상황이죠. 그래도 일단 씨는 뿌려놨으니까 우리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진상 규명을 포기하지 않는 사위에게 미안합니다. 그저 제가 죄인 같아서 할 말이 없습니다."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이기도 한 안씨는 지난해 7월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언급하며 "어떻게든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급급할 뿐 아이들의 인권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군의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최근 주호주대사직을 사퇴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전 국민의 98%는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짐작할 것"이라며 "한순간의 영달을 위해 양심을 버리고 평생 손가락질 받는 비겁자의 길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안씨는 지난해 10월 아들 사건의 은폐 의혹에 대한 진정이 각하되자 다른 군 사망자 유족들과 인권위를 항의 방문했다가 감금 등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인권위 김용원 군인권보호관과 이충상 인권위원은 유족들에게 감금·협박을 당했다며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안건을 인권위가 기각하자 항의 방문한 데 대한 '보복'으로 윤 일병 관련 사건도 각하 결정을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안씨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진 군인권보호관이 수사를 의뢰하다니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며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만나려 했던 것인데, 얼굴도 보지 못한 김 보호관이 감금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군대에 보낸 아들이 죽어서 돌아왔는데 왜 죽었는지 모르는 부모들이 아직 많아요. 아들 사건 때 박정훈 대령 같은 헌병대장을 만났다면 10년 동안 힘들게 헤매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 같은 사람이 또 나오면 안 되잖아요. 채 상병 사건이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응원도 하고 힘도 보태려는 거죠."
사건 발생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여전히 안씨를 짓누르고 있다.
사건 전날은 윤 일병과 가족들이 입대 후 처음 면회하기로 한 토요일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찜을 선임들 몫까지 다 준비했지만 '갑자기 훈련이 잡혔다'는 아들의 말에 단념해야 했다.
"그날 저녁 아들이 다시 전화해서 한숨을 쉬면서 '차라리 전방 GP(감시초소)로 가는 게 편할 것 같다'는 거예요. '거기가 얼마나 힘든 곳인데 가냐'고 답했죠. 그때라도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날 면회를 갔어야 했는데…."
신앙심이 깊었던 윤 일병은 간호학과에 진학해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길 꿈꿨다. 숨지기 1년 전에는 성경에 '죽음을 앞둔 이들을 위로하고 간호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안씨는 아들이 못다 이룬 뜻을 이어간다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엄마는 결코 편안할 수가 없어요. 나중에 승주를 만났을 때 '승주야,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네 덕분에 이 나라 군대의 실상이 알려졌다. 이것저것 열심히 하다 왔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4/01 08: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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