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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국내·외국 MVP, 신인상 등 개인상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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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프로농구 역대 정규리그 MVP·신인선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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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 제치고 '국내 선수 MVP'…DB 정규리그 우승 견인한 '엔진'
3표 차로 동료 강상재 제쳐…"강상재 없었으면 나도 MVP 못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처음으로 '외국 국적의 국내 선수 최우수선수'(MVP)가 탄생했다.
1일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MVP로 호명된 원주 DB의 돌격대장 이선 알바노다.
'외국 국적의 국내 선수 MVP'라는 문구는 표현만 따지면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광고하지만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가능하다. KBL이 아시아쿼터 제도로 영입된 선수를 국내 선수들을 함께 묶어 기록 등을 경쟁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일본 선수에 적용된 아시아쿼터제로 한국 무대를 밟은 선수는 일반적인 외국 선수와 다르게 취급된다. 샐러리캡도 국내, 외국 선수와 별도로 잡힌다.
구단마다 2명씩 보유한 외국 선수는 자체 수상이 있다. 외국 선수 MVP다.
그러나 구단에 1명씩 있는 아시아쿼터 선수들만으로 수상을 결정하기에는 수가 너무 적다. 고심 끝에 KBL은 이들을 국내 선수 수상 기준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에도 신인상이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뛴 필리핀 가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에게 돌아갔다.
올 시즌에는 알바노가 KBL 입성 2년 만에 국내 선수를 모두 누르고 최고 선수가 됐다.
알바노는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국적이 없는데도 '국내 선수 MVP'로 뽑힌 데 대해 "이 상을 받은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내게 투표해주신 모든 분께 고맙고, KBL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분 논란'을 빼고 보면 알바노는 실력, 성과, 기록이 모두 두드러졌다.
알바노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5.9점 6.6어시스트 3.0리바운드의 성적을 냈다. 국내-아시아쿼터 선수를 합쳐서 득점, 어시스트 모두 2위다.
알바노가 이끈 DB는 41승 13패를 거둬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궜다.
알바노가 공을 잡고 냅다 질주하면서 DB의 공격 속도도 빨라졌다.
DB는 올 시즌 평균 89.9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78.1점)보다 10점이 넘게 올랐다.
얄궂게도 알바노의 경쟁자는 함께 역대급 공격팀을 만든 동료 강상재였다.
총투표수 111표 가운데 50표를 받아 47표의 강상재를 어렵게 꺾었다.
포워드 강상재는 51경기에 나서 평균 14.0점 6.3리바운드 4.3어시스트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모두 프로 입성 후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김종규, 디드릭 로슨과 함께 골밑, 외곽에서 공수를 분업했던 강상재와 달리 알바노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사실상 홀로 지탱했다.
두경민이 구단과 마찰 끝에 전력에서 이탈했고, 유현준 역시 시즌 중 국군체육부대에서 돌아온 후 은퇴를 고려하면서 코트에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알바노와 함께 올 시즌 최고 가드로 꼽힌 선수는 고양 소노의 에이스 이정현이었다.
강상재, 로슨과 공격에서 부담을 나눈 알바노와 달리 이정현은 팀의 공격 대부분을 책임졌고, 압도적인 개인 기록을 냈다.
매 경기 22.8점 6.6어시스트를 올린 이정현은 2010-2011시즌 문태영(22.0점) 이후 처음으로 국내 선수 신분으로 평균 20점을 넘겼다.
그러나 팀이 8위까지 처졌다. 소노는 20승 37패로 올 시즌을 마쳤다. 승률이 37%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맞대결이 시즌 막판 펼쳐졌다. 지난달 2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소노와 6라운드 경기에서 DB는 연장 접전 끝에 86-84로 이겼다.
알바노는 4쿼터 11점, 연장전에 6점을 넣는 등 33점 12어시스트를 폭발해 이정현(15점 7어시스트)을 압도했다.
이들을 누르고 승자가 된 알바노는 MVP 경쟁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강상재는 MVP 자격이 있는 선수다. 그가 없었다면 나도 이 상을 받지 못했다. 최고의 주장"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정현이 오늘 상을 5개를 받았다. 강력한 라이벌이라 생각했고,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며 "내 이름이 불려 살짝 놀랐고, 기뻤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DB와 기존 계약이 끝나는 알바노는 "한국 생활에 정말 만족한다. 가족들도 다 좋아한다"며 "KBL은 경쟁력이 뛰어난 리그라 이 팀에 더 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알바노는 1996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미국-필리핀 이중국적자로, 최종적으로 필리핀 선수로 인정받아 KBL에 입성했다.
필리핀 선수로 불리지만 그가 농구를 배운 곳은 미국이다.
KBL 입성 직전인 2022년 여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암 리그인 '드류리그'에서 르브론 제임스, 더마 더로전 등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과 함께 코트에 서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볼 수 없는 경쾌한 리듬으로 크로스오버 드리블 등 기술을 구사하고, 과감하게 플로터를 던진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데다 '농구를 잘한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알바노처럼 미국 국적을 가진 선수 중에서 국내 선수 MVP를 받은 선례가 한 번 있었다. 2013-2014시즌 문태종이다.
미국에서 뛰다가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받은 문태종은 당시 창원 LG 소속으로 뛰었다. 당시 총투표수 98표 중 71표를 받았다.
관련기사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4/01 1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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