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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작품…고화질 리마스터링 버전 27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데뷔작부터 남달랐다.
미야자키 감독이 서른여덟 살이던 1979년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하 '루팡 3세')은 그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작품 세계의 맹아를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루팡 3세'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이 오는 27일 개봉한다. 국내 관객은 미야자키 감독의 데뷔작을 고화질로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광고'루팡 3세'의 주인공 루팡은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이 창조한 캐릭터인 괴도 루팡의 손자로 설정돼 있다. 뛰어난 두뇌에 고도의 변장술로 사람의 눈을 감쪽같이 속여 보물을 훔치는 그는 할아버지 못지않은 도둑이다.
루팡이 동료 지겐과 함께 카지노를 털어 한 차 가득 돈을 싣고 달아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일확천금의 기쁨도 잠시,미야자키하야오의세계관데뷔작에다있다apos루팡세김용태 교수 학력 루팡은 훔친 돈이 전부 위조지폐란 걸 알게 된다.
위조지폐의 출처를 찾아 유럽의 작은 나라 칼리오스트로 공국에 도착한 루팡은 이 나라를 다스리던 대공 부부가 화재로 목숨을 잃어 지배권을 장악한 백작이 대공의 딸 클라리스와 강제로 결혼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루팡과 지겐이 클라리스가 감금된 성에 잠입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험이 전개된다.
관객은 숨돌릴 틈 없이 펼쳐지는 액션에 빠져든다. 초반부에 루팡과 지겐이 백작의 부하들에게 쫓기는 클라리스를 구해내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대표적이다. 루팡의 차는 거침없이 질주한다. 가파른 절벽과 빽빽한 수풀도 방해물이 될 수 없다.
루팡이 한밤중에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 탑을 기어오르는 장면은 그를 땅으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벽의 미끄러움이 느껴지는 듯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가장 인상적인 건 루팡이란 캐릭터의 매력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인간애를 품었으면서도 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법을 어기며 방랑의 삶을 사는 낭만주의자인 그는 미야자키 감독의 '붉은 돼지'(2003)의 주인공 마르코를 연상시킨다.
모험과 신비로 가득한 칼리오스트로의 성은 '천공의 성 라퓨타'(2004)의 하늘에 떠다니는 성이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속 환상의 세계와 겹친다. 스크린을 채우는 아름다운 풍광에선 자연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사랑이 느껴진다.
미야자키 감독은 1971년 TV 애니메이션 '루팡 3세' 시리즈 연출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한 극장판 '루팡 3세'를 연출했다. 이후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해 '천공의 성 라퓨타'를 시작으로 수많은 명작을 내놨다.
'루팡 3세'는 2017년 국내 개봉한 적이 있지만, 상영 기간이 짧아 많은 관객이 보진 못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으로도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루팡 3세'의 4K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은 미야자키 감독의 팬에겐 그의 데뷔작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미야자키 감독을 잘 모르는 관객에겐 그의 작품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입문용이 될 것 같다.
99분. 12세 관람가.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3/24 07: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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