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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황석영quot부커상받나싶어두근두근노벨상도받았으면Lighthouse Investment Partners의 김용태 교수 부커상 최종후보 올라 간담회
"'근대성 극복과 수용'이 작가로서 사명"
"600년된 나무·홍범도·최시형 이야기 세 작품 더 쓸 것"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주위에서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해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중략) 그다음에 '할매'란 소설을 써서 노벨상도 받았으면 좋겠어요."
만 81세에 세계적인 해외 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른 황석영 작가는 "받으려나 싶어 두근두근하고 이상하다"며 엷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의 문학 인생 하반기가 시작된 게 1998년이니, 이후 20여년간 활동하며 10여 차례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여느 때와는 다른 소회였다.
소설 '철도원 삼대'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황 작가는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0여년 문학 인생의 감회와 은퇴 계획까지 소상히 밝혔다.
광고황 작가는 "나이가 들고 기운이 빠지는데 새로운 일이 생겨 부담스럽지만, 이번엔 받으면 좋겠다"며 "벌써 (우리나이로) 82살이 뭐야. 뒷간에 갔다 왔더니 인생이 다 지나갔네. 중간에 (1989년 방북 이후 뉴욕과 베를린에서) 망명하고 징역 가면서 10여년 허송세월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건 좀 돌려줘야 하지 않나. 10년 더 활동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2022년 장편 '해질 무렵'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올랐으나 최종 후보에 든 것은 처음이다.
'철도원 삼대'는 2019~2020년 '마터 2-10'라는 제목으로 웹진에 연재된 뒤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영문판 제목이기도 한 '마터 2-10'은 '마터 2형 10호'란 뜻으로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1943~1946년 운영한 증기기관차 이름이다.
그는 "'마터 2-10'은 사각형 기관차의 제작 넘버"라며 "한국전쟁 때 평양을 왔다 갔다 하며 군수 물자를 나르는 거로 활용하다가 철원 근방에서 폭파됐다. 냉전박물관 상징물로 쭉 있다가 서울시가 2000년대 초 문화재로 지정해 통일동산에서 영원히 박제됐다. 철도 노동자 삼대를 다루는데 아주 적합한 제목 같았다. 해외에서도 이 제목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철도원 삼대'는 근대 산업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대한 복기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를 지나 21세기까지 이어진 우리 근현대사 100년에 담긴 노동자와 민중 삶의 노정을 다뤘다. 이백만과 이일철·이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해고 노동자인 이백만의 증손 이진오의 이야기가 축이다. 이진오가 굴뚝에서 힘들게 용변을 보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그의 회고를 통해 집안 서사가 교차한다.
황 작가는 1989년 3월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했을 당시 한 노인과의 만남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이던 노인은 고향이 서울 영등포였다. 영등포는 만주 장춘에서 태어난 황 작가가 북한이 고향인 부모와 함께 1947년 월남해 정착하고 자란 곳이다. 황 작가는 노인의 아버지가 영등포 철도공작창에 다녔고, 그도 일제강점기 때 중국 본토와 한반도를 넘나드는 기관차를 몰던 기관사였다는 이야기에 언젠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황 작가는 "이 작품은 영등포 유년 시절을 써서 오랜만에 집필하며 즐거웠다"며 "소설이 잘 써지는지 알려면 자기가 쓰면서 즐거워야 한다. (전작) '손님'을 쓸 땐 무척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부커상심사위원회와 한 인터뷰에서처럼 그동안 자신이 쓴 작품 대부분이 '근대성의 극복과 수용'이란 주제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가 근대를 거쳐왔다. 전 세계 근대는 왜곡된 근대"라며 "겉모습은 포스트모던 사회에 진입한 모양을 갖췄지만, 내용은 근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은 분단돼 있어 근대적 민족국가를 해결하지 못했다. 동아시아 전체가 그러한데, 난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100년을 거슬러 현재를 관통하는 작품이 사방에서 나온다"라며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왔는데 목표를 잃은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결정된 게 없으니 불안정한 이행기에 있지 않나. 내가 어디서 왔는지 돌아보게 되는 경향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1962년 단편소설 '입석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입선하며 등단했고, 1970년 단편소설 '탑'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군산에 여생의 마지막 터전을 잡은 그는 아흔살까지를 목표로 세 편의 작품을 더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익산에서 한참 글을 쓸 때 미륵사의 어느 보살이 '(내가) 21세기에 걸작을 세 편을 쓴다'고 하더라"라며 "영국에 다녀오면 새로운 작품을 쓰려한다"라고 말했다.
새 작품은 600년 된 나무 이야기인 '할매'와 배우 문성근이 준 노트에 담긴 그의 오촌 당숙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노후를 위해 내년에 나올 어린이민담집 50권도 마무리해야 한다.
황 작가는 "(문성근 씨) 당숙이 1920년대 연변에서 일어난 '15만원 (탈취 의거)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며 "이 청년과 1938년 카자흐스탄으로 간 홍범도를 같은 시간에 두고 써보려 한다. 15만원 사건의 청년과 70대 노인이 된 홍범도의 3년간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작업으로 동학사상을 집대성한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의 이야기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도망 다니며 조선 풍토에서 근대 철학을 일군 최시형의 도망자 인생이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라며 "(훗날) 황석영을 근대 극복과 수용을 자기 일감이자 사명으로 생각하고 언저리에서 일하다가 죽은 작가로 규정해달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사연이 많은 나라로 불러낼 과거가 선명하게 있다"라며 "민담은 가감승제로 쓰인 역사의 전 단계로, 민중의 일상이 쌓여 있다. 내 소설은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갈음했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오는 5월 21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수상 작가와 번역가에게 모두 5만 파운드(약 8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4/04/17 14: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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